안녕! 오늘은 경남 '통영'의 조용한 노마드 생활기를 소개해볼까 해.
왜 '통영'인가 – 조용한 감성의 바다 도시
디지털 노마드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도시의 소음과 복잡함에서 벗어나, 느긋하면서도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고 싶다.”
바로 그런 마음에 쏙 들어맞는 도시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통영’을 추천하고 싶다.
통영은 경상남도 남해안에 자리 잡은 작은 바다 도시다. 일반적으로는 여행지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길게 머무르며 살아보면 이곳의 진짜 매력을 알게 된다. 부산이나 제주처럼 화려한 관광지 느낌은 없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너무 떠들썩하지 않은 도시의 여유로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바다다. 통영의 바다는 도시 어디에서든 걸어서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다. 도심 한복판에서 일하다가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을 나가도, 바다 냄새가 스며든 바람을 맞으며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동피랑 벽화마을이나 미륵산 케이블카 근처에서 내려다보는 통영 앞바다는 ‘이런 곳에서 일하면 창의력이 안 나올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통영은 예술과도 가깝다. 유치환, 김춘수 같은 문학가들이 사랑했던 도시이자, 예술인들이 자주 찾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덕분에 감성 자극하는 작은 갤러리, 소극장, 독립서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런 공간들은 일하다가 살짝 지쳤을 때 찾아가기에 딱이다. 감성 충전 후 다시 노트북 앞에 앉으면 집중력이 눈에 띄게 달라진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인프라 – 기대 이상이다
“통영에 와이파이 잘 터지나?”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거 있을까?”
이런 질문, 당연히 할 수 있다. 나도 처음엔 같은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훨씬 잘 갖춰져 있다.
우선 숙소 문제. 통영에는 에어비앤비나 한 달 살기 숙소가 많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슬슬 생겨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게스트하우스나 리모델링 된 고택 숙소 중에 ‘장기 투숙 가능’한 곳이 점점 늘고 있다. 월세도 대도시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숙소가 바닷가 근처나 한산한 동네에 위치해 있어, 조용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천국 같은 조건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작지만 알찬 카페 인프라’다. 통영은 카페 맛집이 진짜 많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보다도 감성 충만한 로컬 카페가 곳곳에 있어서, 노트북 하나 들고 다니며 카페 투어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도남동이나 봉평동 쪽에는 통영 사람들이 추천하는 숨은 카페들이 꽤 있다. 와이파이, 콘센트, 조용한 분위기 3박자 다 갖춘 곳도 많고, 주인장도 대체로 ‘노마드 감성’을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눈치 보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도 있다. '통영리스타트플랫폼'은 통영시에서 청년 창업이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공간인데, 깔끔하고 쾌적한 데다 프리랜서도 이용할 수 있다. 예약만 하면 무료로 이용 가능한 경우도 많고, 프린터나 회의실, 포토존까지 다 갖춰져 있다. 이런 공공지원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도심 못지않은 워크플로우가 가능하다.
일과 삶의 균형 – 통영에서 진짜 '쉼'을 배우다
사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은 겉으로 보기엔 자유로워 보여도, 막상 해보면 꽤나 치열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노마드에게 중요한 건 단순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일한 후에 ‘쉬는 법’을 알려주는 도시다. 그리고 통영은 이 균형을 가르쳐주는 데 굉장히 능숙한 도시다.
매일 아침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다가, 오후엔 바다 보이는 산책로를 걸어보고, 저녁엔 오미사 꿀빵 하나 들고 동피랑 언덕을 올라 노을을 보는 루틴. 말만 들어도 낭만적이지 않나? 실제로 살아보면 그 감성이 현실이다. 여기에 주말마다 통영항에서 배 타고 연화도, 소매물도 같은 작은 섬을 둘러보는 것도 가능하다. 서울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통영에는 있다.
또 하나, 통영 사람들의 느긋한 리듬은 디지털 노마드에게 참 좋은 자극이 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에서 일에 쫓기며 살다가, 이곳에 오면 처음엔 ‘이래도 되나?’ 싶다가도, 어느새 그 리듬에 녹아든다. 속도가 느려지니까 생각도 깊어지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더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모든 게 큰돈 들이지 않고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가가 낮고, 외식비도 저렴하며, 교통도 그리 복잡하지 않다. 서울 한 달 월세 값이면, 통영에서는 한 달 살기+맛집 탐방+근교 여행까지 다 가능하니, 사실상 가성비 최고의 노마드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무리하며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가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시대지만, 그만큼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다. “부산 말고, 통영으로 가보세요.”
화려하진 않지만, 꾸준히 당신의 하루를 보듬어줄 도시.
그게 바로 통영이다.